“아이는 안됩니다” 노키즈존 확산…”차별” VS “분리”

‘노키즈존’을 하던지 혹은 하지 않던지는 가게의 사장 마음인데 굳이 뭐라고 하겠는가?
아이를 가진 진상 손님이 얼마나 많았으면 노키즈존을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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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맞아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북적이는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 인근에 위치한 한 카페에는 20~30대 남녀 손님들이 빼곡히 들어 앉아 있었다.

지하 1층과 지상 2층으로 된 카페에서 이들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책을 읽거나 일행과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용한 소음 속에서 저마다의 세계에 빠진 이들은 마치 도서관처럼 조심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유모차도,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도 들을 수 없는 이 카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이다. 이 카페 정문과 각 층에는 ‘NO KIDS ZONE- 8세 미만의 어린이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게시물이 걸려 있었다. 카페 주인은 게시물을 통해 “일부 매너 없는 부모님들 덕분에 고심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양해를 구했다.

1층 칸막이방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던 송모씨(28·여)는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도 이해는 되지만 조용한 식당이나 카페를 찾고자 하는 손님의 입장에서는 노키즈존이 좋다”며 “나도 언젠가는 부모가 될 것이고, 아이들의 부모를 생각하면 이기적일 수 있겠지만 아이들을 위한 키즈카페도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카페 매니저 홍모씨(28·여)는 2년 여전부터 카페를 ‘노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가게에 계단이 많고, 전체적으로 조용히 공부하거나 쉴 수 있도록 좌식 칸막이 방을 만들거나 스터디 테이블을 설치했는데 이곳에 아이들을 데려와 관리하지 않는 부모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홍씨는 아이의 기저귀를 카페 테이블 위에서 갈거나 버려야 하는 기저귀를 버젓이 테이블에 두고 가는 문제 등으로 인한 항의가 몇차례 들어오자 결국 노키즈존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의 소음이나 말썽 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적 있는 손님들이 이 곳을 좋아하고 계속해서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카페처럼 아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이 점차 늘고 있다. 음식점이나 카페 등 공공장소에서 예절을 지키지 않는 일부 부모와 아이들 때문에 지난 2014년 하나둘씩 생겨난 노키즈존은 최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의 고급 레스토랑 몇곳을 시작으로 생긴 노키즈존은 최근 카페나 레스토랑을 넘어 일반 음식점은 물론 펜션 등으로 점차 넓어지는 분위기다. 출입이 제한되는 아이의 나이 역시 유치원생에서 중학생까지 늘었다.

노키즈존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조용하게 매장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해달라. 노키즈존 선택은 업주의 결정”이라고 주장하는 찬성파와 “부모라고 문전박대하는 것은 너무한다. 아이를 가진 것이 죄인가”라고 주장하는 반대파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노키즈존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아이와 함께라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한 경험 등이 있는 부모 등에게서 들을 수 있다. 초등학생을 키우고 있다는 한 여성은 최근 한 식당으로부터 “나가달라”는 말을 들었다며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한 카페에 글을 올렸다. 그는 “막상 노키즈존을 보니 기분이 좋지 않다”라며 “순천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 들어가 자리를 찾으며 ‘자리 없나요?’라고 물어보니 그제서야 종업원이 ‘아이들은 받지 않는다. 나가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가게 문 앞에도 노키즈존에 대한 벽보 등은 없었다며 “노키존을 이해하긴 하지만 이렇게 당하니 기분이 너무 나쁘다”고 말했다. 이어 “전염병 환자 취급을 당하는 기분이 들었고, 싸잡아 벌레 취급을 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이 글에 다른 엄마들 역시 댓글을 통해 노키즈존 가게를 서로 공유하는 한편 자신들의 노키즈존 경험담을 풀어놨다. 이들은 “아이 둘이 있는 나는 죄인 취급을 당하겠다”, “아이들 안 받는 식당은 나중에 아이들이 커도 가지 않겠다”, “점점 아이 키우는 엄마들에게 힘든 세상이 되고 있다”라는 등 속상해한 반응을 보였다.

반대로 ‘노키즈존’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주들의 입장도 접할 수 있다. 도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업주는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 “노키즈존을 해도 괜찮을까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부모와 함께 호프집을 찾은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너무나 크지만 부모는 제지하지 않더라”며 “이로 인해 호프집에 있던 두 팀이나 먹다 말고 욕하며 나가버렸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도 진상 손님이 와 있다”며 “스트레스 받느니 노키즈존을 해버릴까 싶은데 어떻겠느냐”라고 의견을 구했고, 이에 다른 업주들 역시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 놨다. 한 업주는 “주말에 가족 단위로 아이들을 데려 오는 부모들이 있는데, 술을 마신 부모들은 아이들 관리를 하지 않으니 아이들은 울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고…노키즈존이 정말 간절했던 하루”라고 토로했다.

이미 ‘노키즈존’을 선언했다는 한 업주는 “노키즈존을 한다고 손님이 줄지는 않는다. 아예 가게 앞에 ‘노키즈존’이라고 써 붙여 놨고, 아이와 함께 오면 ‘안된다’고 딱 잘라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댓글에 결국 노키즈존에 대한 문의글을 올렸던 업주는 “앞으로 노키즈존을 실시하겠다”고 답글을 남겼다.

노키즈존이 불가피하다는 이들 업주들의 이유는 큰 차이가 없다.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식당 테이블 위에 그대로 두거나, 식당 안에서 종이컵 등에 아이의 소변을 받거나, 아이가 큰 소리로 떼를 쓰는데도 제지를 하지 않는 일부 부모들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 역시 일부 몰지각한 행동으로 인한 노키즈존에는 찬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회사원 이모씨(36)는 “서비스 공급자인 업주가 손님들의 쾌적함이나 만족을 위해서 노키즈존이라는 선택을 하는 것은, 원하는 소비자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노키즈존이 싫은 사람들은 그 가게에 가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정모씨(29)도 “굳이 노키존을 찾아가지는 않지만, 카페에서 시끄러운 아이들이 방치된 것을 보면 기분이 나빠지기는 한다”며 “노키즈존은 일종의 사회의 목소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기 아이가 소중한 것은 알아도 남의 시간을 빼앗는 것에는 무감각한 부모들이 조금 각성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한 음식점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줬다가 그 부모에게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는 한모씨(32)는 “주중 내내 일을 하다 주말 하루만 쉬는데 아이들이 귀엽긴 하지만, 쉬는 날 시끄러운 일부 아이들 때문에 나의 시간을 방해 받고 싶지 않다”며 “아이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어른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무시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노키즈존 활성화보다는 자신의 아이가 소중한 만큼, 예의바르고 남을 배려할 줄 알게 키우는 개념이 활성화되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 가운데에서도 이같은 주장에 동조하는 층이 적지 않다. 4살 여아를 키우는 최모씨(34·여)는 “아이가 있다고 무작정 손님으로 받지 않는다는 것은 일종의 차별이라고 생각되지만 사실 아이엄마인 나도 무개념하게 울고, 뛰어 노는 아이를 방치하는 부모를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털어놨다.

음식점 등을 예약할 때 사전에 항상 노키즈존 여부를 확인한다는 그는 “노키즈존을 하는 업주들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오죽하면 돈 벌기 힘든 세상에서 손님을 가려 받겠나”라며 “노키즈존이 계속 생기는 현상은 안타깝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27개월 아이를 키우는 한 엄마 역시 인터넷 카페를 통해 “차별 받는다는 생각이 들면 기분이 나쁘긴 하지만, 정말 개념 없는 이들이 많다”며 “인식의 차이나 행동에 따른 훈육의 차이도 크기 때문에 노키즈존에 찬성한다”고 전했다.

이에 또 다른 엄마 역시 얼마 전 대형마트 식당 식탁 위에서 아이 기저귀를 갈아 주는 엄마를 봤다며 “나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지만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키즈존 때문에 속상해 하는 부모도 있지만 업주의 마음도 이해 된다”며 “아이들을 차별 한다기보다 편안한 분위기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가운데 문제는 노키즈존 논란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 대한 혐오, 이른바 ‘맘충'(엄마(mom)와 벌레를 뜻하는 ‘충(蟲)’의 합성어)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맘충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일부 몰지각한 부모와 아이를 막기 위한 노키즈존이 아니라 무조건 아이를 데리고 음식점 등을 찾는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의 혐오발언 등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결혼 10년차에 아이 3명을 키우고 있다는 한 워킹맘은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분들은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노키즈존은 있어야 한다’, ‘내 돈을 내고 조용한 곳에서 식사를 즐기고 싶다’라는 이유에서이길 바란다”며 “‘아이들을 혐오한다’, ‘아무리 부모가 숨죽여 눈치봐도 일단 시끄러우니까 아이와 함께 있는 가족은 안된다’라는 이유로 노키즈존에 찬성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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