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이 사유재산이라 주장하고,
교육기관이라고 나라에서 주는 혜택은 다 받고,
운영은 투명하게 하지 않고,
애들을 볼모로 투쟁이나 하고…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하자.
출처) http://news1.kr/articles/?3563486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4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일부 사립유치원들이 개학 연기를 강행하자 한유총의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 이에 한유총은 개학 연기 철회를 했으나, 교육 당국은 제재를 예정대로 가한다는 방침이다. 5일 서울 용산구 한유총 사무실에서 관계자가 문을 닫고 있다. 2019.3.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소속 유치원들의 ‘개학 연기’를 철회하며 백기를 든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이 법인 설립 취소를 결정했다. 무기한 개학 연기 방침을 발표한 이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한유총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길지 않은 시간 한유총과 정부는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핑퐁’을 거듭했다. 결국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과 싸늘한 여론에 한유총이 ‘백기 투항’을 선언했다. 정부의 기민한 대처와 학부모들까지 나선 반발이 보육대란을 막았다.
◇새학기 목전에 두고 ‘개학 연기’ 선언
6일 교육계에 따르면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 파동은 지난달 28일 오후 2시 한유총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끊임없는 적폐몰이·독선적 행정에 개학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는 준법투쟁을 전개한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교육부와 공론화 자리가 펼쳐질 때까지 기한 없이 소속 유치원들이 개학을 연기한다고 선언했다.
이덕선 이사장은 “규제일변도의 강행규정과 개인재산인 설립비용에 대한 불인정, 그리고 획일적 교육방침에 대한 투쟁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방침이 전해지자 정부도 가만있지 않았다. 유은혜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은 같은날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직후 바로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했다. 오후 4시 50분 브리핑실에 모습을 드러낸 유 부총리는 “긴급 돌봄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각 시도교육청은 즉각 어린이집 아이돌봄 시스템과 지자체 시설 등을 활용한 긴급 돌봄 서비스 제공 준비에 나섰다.
3·1절 100주년인 1일에도 교육당국은 분주히 움직였다. 교육부는 유은혜 부총리를 비롯, 박백범 교육부 차관과 전국 17개 시도 부교육감이 참석하는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추진단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오후 2시 여의도에서 가진 회의에서는 개학을 연기한 유치원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개학 연기가 지속되면 형사고발 조치까지 하기로 합의했다.
유은혜 부총리는 “아이들의 학습권 침해하면서 준법투쟁이라 하는 것은 교육자의 본분을 저버린 것”이라며 무관용 엄단 원칙을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6·25전쟁 중에도 아이들 교육은 포기 안해”
3월2일에는 관련 부처가 모여 머리를 맞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긴급 관계부처·지방자치단체 회의를 주재해 “법령을 무시하고 개학연기를 강행하는 사립유치원에 대해 정부는 법령에 따라 엄정 대처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특히 “6·25전쟁 중에도 우리 선생님들은 아이들 교육을 포기하시지 않으셨다”고 강조하며 긴급 돌봄체계의 원활한 가동 등 정부의 대응책 마련을 요청했다.
회의에는 교육부를 비롯해, 법무부와 여성가족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 관련 부처 관료들이 집결했다.
같은날 낮 12시 17개 시도교육청은 각기 홈페이지에 관할 사립유치원 중 개학을 연기하기로 한 유치원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일부 시도는 이날부터 돌봄 신청을 받았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립유치원단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개학연기 투쟁’과 관련한 긴급 관계부처·지자체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019.3.2/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개학 연기 강행에 수도권 교육감도 ‘강력 제재’ 천명
그러나 한유총은 잘못된 선택을 포기하지 못했다. 3일 오전 11시 한유총 사무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개학 연기에서 나아가 ‘폐원 투쟁’까지 언급했다. 이덕선 이사장은 “모든 책임은 대화를 거부한 교육부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명백히 밝힌다”며 “유아와 학부모를 볼모로 잡고 있는 것도 명백하게 교육부”라고 주장했다.
한유총은 “폐원투쟁으로 나아갈 것을 검토할 것”이라며 “정부와의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폐원 투쟁까지 담은) 입장을 조만간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한유총의 이같은 주장에 반발한 취재기자와 한유총 관계자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후 3시에는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3개 지역 교육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한유총에 맞불을 놨다. 한유총이 계속해서 주장한 대화 요구도 일축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개학 연기를 강행할 경우 한유총 법인 강제해산 추진도 예고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한유총의 행태는 유아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학부모들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라며 “공익에 해하는 행위를 지속할 경우 설립허가 취소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칼을 빼들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오른쪽부터)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3일 오후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련 수도권교육감 공동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강당으로 향하고 있다. 2019.3.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
◇’보육 대란’ 없어…싸늘한 여론에 한유총 ‘백기 투항’
개학 연기가 예고됐던 4일 오전 학부모들은 아이들 걱정에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우려했던 보육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을 통해 개학을 미룬 사립유치원 수를 집계한 결과 239곳만이 개학을 연기했다. 한유총이 예고한 1500여곳보다 훨씬 적었다. 대부분 자체돌봄을 제공해 등원에도 문제가 없었다. 한숨 놓은 학부모들은 한유총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교육부는 유은혜 부총리의 담화문을 통해 “학부모를 볼모로 삼는 관행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다음날에도 문을 열지 않으면 형사고발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사이 서울시교육청이 실제 한유총 법인 설립 취소 절차에 돌입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궁지에 몰린 한유총은 결국 ‘항복’했다. 유 부총리의 담화가 있은지 1시간여 지난 오후 5시쯤 보도자료를 통해 개학 연기 철회를 발표했다. 이덕선 이사장은 “모든 유치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며 “수일 내로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아이를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관이 4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브리핑실에서 사립유치원 관련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2019.3.4/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
◇교육당국…공정위 신고·법인설립 취소 예정대로 진행
교육당국은 혼란을 일으켰던 한유총에 대한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교육부는 4일 오후 예정대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접수한데 이어 5일 오후 3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한유총 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를 공식 발표했다. 조 교육감은 “한유총 소속으로 추정되는 전국 239개 유치원이 유아·학부모를 볼모로 개학을 연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일으켜 공익을 심대하게 해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즉시 설립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했다. 한유총에 설립허가 취소 예고 통지를 팩스와 메일을 통해 전달했다.
한유총의 최종 설립허가 취소는 다음달 중 확정된다. 한유총은 청문 절차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설립허가가 취소되면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개학 연기 사태가 실패로 끝난 만큼 법의 그물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