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 ‘문빠’ 때문에 정치 얘기 안 할래요”

도대체 직장인 함모씨는 누구이며, 김모씨는 누구인가?

왜 다 소설처럼 느껴지는거지?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84.1% 라고 하는데…

왠지 현실과의 괴리감이 느껴진다.

출처 ) http://www.hankookilbo.com/v/29c624ba2a6d4f93afd313225e2d54b7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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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정치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겁니다.”

촛불집회에 수 차례 참여하고, 대선 기간엔 뉴스 보는 게 낙이었다는 직장인 함모(32)씨가 단호하게 말했다. 돌연 “정치에 관심을 끊겠다”고 선언한 이유는 다름아닌 ‘문빠’라 불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일부 극렬 지지자 때문.

본인 역시 대선에서 문 대통령을 찍었지만, “지지자들 사이에서 ‘우리 이니(대통령 이름 끝 글자를 딴 애칭) 하고 싶은 대로 다 해’가 유행어로 도는 등 무비판적이고, 절대적인 애정과 지지를 보내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는 함씨.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조건 옳다, 잘한다고만 하는 건 대통령을 위해서도, 국민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고 글을 올렸다가 “순식간에 ‘적폐’로 몰렸다”는 게 그의 얘기다. “‘꺼져라’ ‘한 표 던졌다고 건방지게 가르치려 드냐’ 등 쏟아지는 댓글에 피로감이 몰려왔다”는 그는 “당분간 ‘문재인 대통령의 ‘문’도 꺼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해당 커뮤니티도 탈퇴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20여일을 맞은 28일, 열린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에 연일 호평이 쏟아지는 가운데, 도리어 입을 닫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통령지킴이’를 자처하는 일부 지지자가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 혹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을 깎아 내리고 욕설, 인신공격까지 일삼는 탓이다. 최근 인사청문회에선 일부 국회의원이 문자폭탄을 받아 논란이 된 바 있다. 대통령이 ‘소통’을 말하는 상황에서, 일부 지지자가 보이는 극단성이 역설적으로 ‘자기검열’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소통단절의 문제는 오프라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직장인 김모(28)씨는 “(대선 TV토론에서) 문재인 당시 후보가 ‘저는 동성애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 것을 두고 (문재인 지지자인) 친구와 대화를 했는데,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면서 여성 인권 증진을 늘 얘기하던 친구가 ‘동성애를 싫어할 수도 있지’라는 식으로 말해 놀랐다”고 했다. 김씨는 “일부 문빠들은 ‘문재인 정권에 흠집이 나서는 안 된다’는 전제로 대화를 하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들에 갇히는 등 건설적인 토론이 성립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자중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자 비율이 높은 온라인커뮤니티에 자주 글을 올리던 한 주부는 “‘빠가 까를 만든다(극단적 지지자들이 반대세력을 키운다는 뜻)’는 말을 듣고 뜨끔했다”며 “지지했던 사람을 끝까지 믿어주는 게 의리라는 생각에 얼마 전까지 댓글부대원으로 활동했는데 결국 자기만족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문빠’라는 이름으로 매도하면서 자유로운 의견 표명마저 부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면서도 “다만 남의 의견을 원천 봉쇄하는 식의 통념을 넘어선 과도한 공격은 건전하거나 바람직하다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남다른 소통 행보를 보며 “제대로 된 소통”을 요구하는 직장 내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5년 차 직장인 최모(32)씨는 “대부분 상사들이 시간을 따로 만들어 (부하직원들을) 불러 모은 뒤 혼자 이야기하는 것을 소통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소통에서) 중요한 건 ‘들으려는 의지’인 것 같다”며 “조만간 회식자리에서라도 ‘문재인식 소통이 대세’라고 넌지시 말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상사들도 “변해야 한다면 변하겠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남모(40)씨는 “귀를 막고 입만 여는 리더십이 통하는 시대는 끝난 것 같다. 국가를 책임지는 대통령도 소통에 이토록 애쓰는데 더 작은 단위 리더들이 못할 게 없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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